오중호랑이의 비밀로그

서울시 관x구 신x동 5xx-xx 5xx호 본문

외로움 상자/호랑이단편집

서울시 관x구 신x동 5xx-xx 5xx호

오중호랑이 2010.04.06 20:00
댐Canon | Canon EOS 400D DIGITAL | 1/250sec | F/6.3 | 100.0mm | ISO-400 | 2009:06:17 15:25:35

사진: 연천닷컴


서울시 관x구 신x동 5xx-xx 5xx호.
주소를 알아냈다.
편지를 보낼까 생각 중이다.
사실, 보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주소를 ‘알고 있다’와 모른다는 건 아주 큰 차이가 난다.
어긋난 각도의 평행선이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것처럼 모른다라는 건 더더욱 각도가 벌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좋아, 알고 있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
‘찾아가거나 하진 않을 거야’
이전처럼 집 앞에 기다린다고 해서 무언가 일이 생기거나, 예쁜 마음에 하는 수 없이 나오거나 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거니깐.
5xx호, 예전 집 생각이 난다. 내방, 형방, 거실 그리고 안방, 화장실 우리가 함께 하지 않았던 곳이 없다.

오래됐다.

이전의 기억들, 지나고 나서야 들어오는 환상, 이건 환상이다.
환상이라 말할 만큼 진하게 남아서 정말 죽어버린다 하더라도
난 ‘기억해’낼지 모른다.
난 이런 기억을 가지고 있다.
난 이런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런 기억들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느껴버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배신감 같은, 그런 비슷한 것들이 뇌 속으로 들어온다.
좋지 않은 기분이다.
‘가지고’ 싶다
‘그녀를’ 가지고 싶다.
‘예전의 그녀를’ 가지고 싶다.
‘예전의 귀여운 그녀를’ 가지고 싶다.
지금 그녀는 이미 떠났다. 마치 번지점프를 하고 나니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시간과의, 시간의 줄을 잡고, 한번 뛴 것처럼.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내 곁엔 쌀쌀 맞게 구는 ‘이미 변해버린’.
다른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과 박자를 맞추고 있는 겉은 똑같이 생겼지만 속은 다른 사람이 그녀만 있다.
다시 돌릴 수 없다.
지나간 시간은 돌릴 수 없지만
지나간 사람의 마음은 ‘절대’ 로 돌릴 수 없다.
이 고독감과 그녀가 없이 떠도는 이 우주 속에 홀로 있는 듯한 공허함.
평생을 안고 살아갈 ‘좀비’ 같은 기억들.
잠을 설치고, 세상이 멍하고, 내 ‘심장은 흔들린다’.
이렇게 ‘아름다웠던’일들이 이제서야 칼이 되어 심장을 찌를 줄이야.
하루 하루.
하루가 지난다.
심장병 환자가 얼마나 ‘고통’ 스러울까, 생각하면서 심장이 빨라지면 ‘블랙커피’를 만들고, 담배를 빨리 꺼내어 잽싸게 입에 문다.
조금 괜찮아 지는 것 같다.
1년 1년.
1년이 지난다.
날이 갈수록 수척해진 얼굴이 거울 속에 있다.
면도를 하다가 ‘상처’가 났다.
얼굴에 작은 상처가 생겼다.
‘아픔’이란 작은 상처에서 피어 나오는 면도칼에 그인 자국에서가 아니라 심장에서 찾아 온다.
여전히 내 심장은 뛰고 있다.
두근 두근.
심장이 언제쯤 멈출까.
심장이 빠르게 뛴 후로 제대로 손에 잡히는 일이 없다.
이제 그만.
심장을 멈추고 싶다.
‘그녀는 몰라’
한 장뿐인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매일 그녀를 상상해.
그녀를 안고 싶다. 가지고 싶다.
심장을 멈추고 싶다.
어쩌다가 내 삶에 그녀가 꽉 차게 되었을까.
그녀를 처음 만나던 때로 돌아가서 만남을 ‘정지’시킬 수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했다면 이렇게나 외로운 고통은 찾아오지 않았을까.
심장을 멈추고 싶다.
방법은 한가지, 그녀를 내 삶 에서 ‘제거’ 하는 것이다.
기억 속에서 그녀를 제거, 현실 ‘이 세상’에서의 제거, 두 곳에서 모두 제거 하면 그녀에게서 오는 감정의 파도로 인한 나의 ‘갈등’은 사라진다. 밧줄. 밧줄로 선택했다. 지름 5cm정도에 두꺼운 밧줄, 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럽게 보내기 위한 작은 배려이다.
‘장소’는 중요하다.
‘어디’라는 것은 기억 속에 남게 되면 마치 환각제를 먹은 것처럼, 그 장소는 계속 머리에 맴돈다.
장소를 정해야 한다. 평생기억이 나도 어딘지 모르게끔.
밀실로 이루어진 ‘어둠’뿐인 곳.
집 근처 임진강에 댐 공사가 한창이다. 그곳에 가면 인부들이 쉬려고 가져다 놓은 비어 있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컨테이너가 있을 것이다. 창문이 없는 컨테이너를 찾아서 밧줄로 올가미를 매어 천장에 묶어두고 그녀를 데리고 온다.
그녀를 이 현실에서 제거 후, 댐 공사장 옆 시멘트 공사가 활발한 –시멘트를 만드는, 댐 공사에 필요한 무지막지한 크기- 곳에 가서 시멘트의 ‘일부’로 만들고 그 시멘트가 사용되어 댐이 완공된다면 난 평생 댐을 바라보며 살게 될지 모른다. 그래도 난.
심장을 멈추고 싶다.
모든 준비가 다 되었다.
이제 남은 건 제거를 하기 위한, 심장을 멈추기 위한,
그녀를 데리고 오는 것이다.
난 주소를 알고 있다.
이제 KTX를 타고 서울로 가서 대리고 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고속열차를 타면서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차창 밖 풍경을 보면서 마치 우리의 시간과도 같은 속도라고 생각이 든다.
‘시속 300km’ 더 빠르게 음속으로, 광속으로, 보다 더 빨리 이동 할 수 있다면 과거로 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녀의 집 앞’
그녀의 집 앞에서 몰래 숨어서 기다리기 이틀째 그녀가 집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여전히 작다, 어깨도, 그녀의 몸짓도, 그녀의 보폭도…
‘그녀는 작다’
이제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때를 노려서 데리고 오기만 하면 된다.
‘계획’이 이제 막바지다.
그녀는 혼자서 외출을 한 것 같다.
시내 곳곳을 다니며 무언가 찾는 것처럼 새 한 마리가 둥지를 찾는 것처럼 살려달라는 애원이 섞인 얼굴을 들고, 집에 귀가하는 시간은 새벽 1시가 되어서야.
그녀의 빌라 앞에서 현관을 들어가는 수간 얼굴에 복면을 씌우고 목을 졸랐다. “콜록콜록”
기침을 연신 해대더니 조용해 진 것을 보아 기절한 모양이다.
미리 준비해놓은 갈색 가죽가방에 조심스럽게 그녀를 담았다.
그녀는 작다.
이미 일을 저질러 버렸다.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은 평생을 살아 오면서 느끼던 것이다.
돌이키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난 그저 아직도 뛰고 있는 심장을 멈추고 싶을 뿐 이다.
그녀를 담은 가죽가방을 어깨에 메고 시내를 걷는다.
혹시나 그녀가 다칠새 라 인파들에게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 하면서 시내를 걸었다.
난 그녀와 시내를 걷고 있다.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게 되면 그녀를 소개시켜줄 것 같은 마음으로.
시내를 걸으며 기차역에 도착했고 난 다시 집으로 가는 기차표를 끊었다.
지금 그녀와 함께 차창 밖 풍경을 보고 있다.
동이 틀 무렵 ‘빛’이 들어오지 않게 서둘러 댐 공사장에 가서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가 안에서 문을 ‘잠궜다’.
눈을 떠도 눈감은 세상처럼 어둠과 고요, 공허 만이 나와 그녀 곁에 머물러 있다.
더듬으며 ‘올가미’를 묶었다. 한번에 끝낼 수 있게.
절대 풀어지지 않도록, 한올 한올 매어냈다.
이 세상과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드니 미안한 마음과 불쌍한 감정이 들어오지만, 이미 저질러 버린 일이다. 번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일을 빨리 진행 시켜야 한다는 생각만이 남았다.
그녀를 가죽가방에서 꺼내어 정신을 차릴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동안, 그녀와 함께 했던 일들을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생각해 두었다. 이제 곧 없어질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을.
‘그녀를 안고 침대까지 가던 기억’을 되살리는 중에 그녀가 깨어났다.
“…하아…”
긴장한 듯 그녀는 숨을 고르고 있듯이 아무 말 없이 숨만 쉬고 있다.
반짝거리는 눈을 보고 싶지만 불을 켤 수 는 없다.
‘불을 켠다는 것은 모든 게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녀를 침대까지 대리고 가던 기억을 되 내이며 그때와 똑같이 그녀를 뒤에서 안았다.
그녀의 숨이 평온을 되찾은 것 같다.
그녀를, 작고 가벼운 그녀를 들어서 올가미에 목을 넣고, 손을 놓았다.
그러자 나의 심장이 조금씩 천천히 뛰는듯하더니 이내 멎어버리고 말았다.
내 심장이 멈췄다.
나는 죽었다. 내 기억도 죽었다. 내 기억 속의 그녀도 죽었다.
이제 이 세상에 내가 그토록 바라는 그녀는 없다.
‘내’가 없기에.
세상은 평온해 진다.
그녀에 대한 갈증으로 인한 목마름이란 이세상에 없게 되었다.
‘그녀는 없다’
난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 되리라 생각한다.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안쪽에서 문이 잠긴 채로 목을 멘 한남자의 시체와, 시체가 만들어낸 이상의 무언가를 현실에 옮겨 놓은 ‘무언가’가 발견 될 때까지.

『기억』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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